SW업체 100곳중 2개만 살아남아
인기끌면 순식간에 불법복제 범람
2천만명 쓰는`알집`매출 20억뿐
인기끌면 순식간에 불법복제 범람
2천만명 쓰는`알집`매출 20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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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없는 한국 소프트웨어 (上)◆ "우리도 닌텐도 게임기와 같은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 비상경제대책회의 발언) 창의적 소프트웨어 개발이 안 되고 감성 전달에도 실패한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불법복제가 만연한 소프트웨어 업계 현주소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은 물론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도 "한국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닌텐도의 힘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닌텐도 게임기와 소프트웨어가 한국에서 개발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면 일주일 안에 복제돼 닌텐도는 돈을 벌지 못하고 사업 동력도 잃어버릴 것이다. 이 같은 추측은 `가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 다국어 번역 소프트웨어 업체를 차려 한때 촉망받는 벤처기업인이었던 강 모 사장은 이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은 포기했다. 2002년 프로그램을 출시한 후 언론에 의해 우수 소프트웨어로 소개돼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되돌아온 것은 불법복제로 인한 매출 급감이었다. 2002년 20억원에 이르던 매출은 2003년 절반으로 급감했고 직원 100여 명도 절반으로 정리했다. 이 업체는 더 이상 국내에서 패키지를 판매하지 않는다. 강 사장은 "성능이 좋고 사용이 편하다는 소문이 나면 금방 불법복제가 되기 때문에 기업들에도 조용히 사용할 것을 권유한다"며 "한국에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출시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소프트웨어 산업에 도전했던 수많은 개발자 중에서 아직까지 현업에 남아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외환위기 직후 설립했던 벤처기업 중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업체는 100개 중 2.5개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표 소프트웨어 업체 중 하나인 이스트소프트의 알집이 벌어들이는 돈은 1년에 20억~3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이나 관공서에서는 반드시 유료 패키지를 구매해 사용해야 하지만 다수 기업은 개인이 집에서 쓰는 무료 버전을 다운로드받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ㆍ관공서 PC에서 개인용 알집을 다운로드받는 것은 불법이다. 만약 이스트소프트가 불법복제 피해를 받지 않았더라면 물론 제2, 3의 닌텐도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닌텐도가 나올 수 없고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크지 못하는 이유 1순위로 `만연한 불법복제` 즉, 불법복제 불감증을 꼽는다. 실제로 어도비 등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설립한 사무용 소프트웨어연합(BSA)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43%로 세계 평균(38%)보다 높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국내 피해액만도 연 75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 중 70%가 연매출액이 10억원이 안 되는 것은 그만큼 불법복제 피해가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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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정부 기관의 공공사업 발주에 의지하거나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의 하도급을 통해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기업이 탄생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에서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에 드는 패키지 기업은 단 하나도 없으며 안철수연구소와 티맥스소프트 등이 30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 고작이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 경제규모에 턱없이 모자라는 1.1%에 불과하다. 불법복제에 대한 피해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 관련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도 문제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 업무가 저작권위원회와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로 이원화돼 있는 것은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두 기관의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이중으로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가 신시장동력으로 찾고 있는 컨버전스 소프트웨어마저도 관련 부처 불협화음으로 인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신차 개발원가 중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어설 정도로 소프트웨어는 각 산업 영역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 하지만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육성에 대한 주무 부처 입장이 달라 업체들은 애써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도 판매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사례가 많다. 올해 정보화 예산을 지난해보다 8% 정도 줄이는 상황에서 상반기에 예산의 80% 이상을 조기 집행한다는 미봉책만 내놓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하반기 경기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도산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실제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중 매출 순위로 5위권에 드는 핸디소프트는 지난해 정부 발주 감소로 인해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돼 사옥을 매각하고 절반이 넘는 직원을 정리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왜곡된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지욱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부회장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는 일자리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산업인 소프트웨어 산업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며 "정부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책을 마련해주고 실질적인 저작권 보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광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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