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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삼성, OPIc 도입 추진 … 토익점수만 높은 `영어벙어리` 안뽑는다

삼성그룹이 내년부터 신입사원 채용 시험에 OPIc(영어 말하기 시험)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함에 따라 취업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이 매년 8000명 이상을 채용하는 대졸 취업시장의 '큰 손'일 뿐더러 다른 기업의 채용방식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삼성,왜 OPIc 도입하나

그동안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채용시 토익(TOEIC) 토플(TOEFL) 텝스(TEPS) 등 지필시험 형태의 영어능력을 측정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지필시험 성적은 실무현장에서 곧바로 활용될 수 있는 영어회화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토익에서 고득점을 올렸는 데도 실제 외국인을 만나서는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는 게 삼성 인사관계자들의 불만이었다.

삼성이 신입사원 채용단계에서부터 OPIc를 도입키로 한 것은 '실무에서 통할 수 있는 어학실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일으키는 등 각 계열사의 해외사업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회화 중심의 어학 능력을 갖춘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삼성은 내부 임직원 영어능력 평가방식을 이미 말하기 시험 중심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부터 해외법인에 파견되는 임직원들은 YBM이 주관하는 SEPT와 OPIc 등 영어 말하기 테스트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했으며,올 1월부터는 국내 임직원도 OPIc 테스트을 받아야 승진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어떤 방식으로 치러지나

삼성은 오는 12월 중 계열사 인사담당자 회의를 거쳐 OPIc 적용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신입사원 채용의 경우 기존 토익,토플,텝스와는 별도로 전형단계에서 OPIc 테스트를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삼성은 온라인 교육전문 관계사인 크레듀의 OPIc 테스트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크레듀는 최근 OPIc 테스트 주관사인 미국 LTI를 인수해 현재 전국 32곳의 시험장에서 하루 6000명까지 응시 가능한 OPIc시험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평가방식은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최종 면접심사를 실시하기 전에 OPIc 테스트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다만 평가방식이 급변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당분간 기존 평가방식과 OPIc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5만명가량의 대졸 취업준비생들이 삼성그룹에 지원하고,이들의 대부분이 토익이나 텝스 등 기존 평가방식으로 준비를 해 온 점을 감안해서다.

◆업계에 미치는 파장 클 듯

삼성이 영어능력 측정기준을 바꾸기로 함에 따라 다른 대기업의 채용방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뿐 아니라 상당수 기업들에서 듣기와 문법 위주의 기존 영어시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 중에서 CJ그룹이 올해 초부터 신입사원 채용에 OPIc를 도입하고 있으며,SK텔레콤과 오뚜기 등도 임직원 교육용으로 OPIc를 실시하고 있다.

신라호텔도 올해 임직원 내부승진 평가용으로 OPIc를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갈수록 실전용 영어회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OPIc와 같은 영어 말하기 시험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예/이태명 기자 yeah@hankyung.com

입력: 2007-10-28 18:08 / 수정: 2007-10-2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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