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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소프트

[IT수다떨기] ‘티맥스 윈도’를 기다리며

  도안구 2009. 05. 24 뉴스와 분석 |

걱정이 앞선다. 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티맥스소프트가 운영체제(OS) 시장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드는 생각이다.

생각나는 장면 하나. 지난해 운영체제 시장 진출을 선언하던 자리에서 한 기자가 “운영체제를 만들려면 인텔이나 AMD 같은 CPU 업체를 비롯해 엔비디아나 ATI 같은 GPU 업체와도 긴밀히 협력해야 되는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을 박 회장에게 던졌다.

그 때 그는 “그런 거 필요없다”고 잘라 말했다. 알아서 다 된다는 답변이었다. 운영체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이같은 말에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관련 기사에서 이미 다뤘지만 티맥스소프트는 오는 7월7일 PC용 운영체제 ‘티맥스 윈도’를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나 삼보, HP 같은 PC 제조사는 물론 엔비디아나 ATI 같은 그래픽 업체와 협력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8월 초에는 일반인들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체험판 다운로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빠르면 9월 1일, 늦어도 10월 1일에 정식 시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 운영체제의 탄생이라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바로 이 일정 때문이다. 앞으로 두달 후면 나올 운영체체와 관련해 PC나 칩 업체들과 협력할 ‘계획’이라니 말이다. 일정으로만 보면 이미 테스트가 끝났거나 최소한 지금쯤 한창 테스트가 진행중이어야 말이 된다. 인텔코리아, AMD코리아, 엔비디아코리아 등 관련업체에 확인해 본 결과도 예상대로다. 티맥스소프트와 현재 아무런 접촉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도 했다. “7월 7일 출시되면 바로 테스트해서 필요한 드라이브를 만들어야 할텐데요. 문제는 테스트나 드라이버를 개발하는 모든 과정이 본사에서 진행돼요. 본사와 테스트 일정을 잡으려면 지금 접촉해도 좀 늦을 것 같다”라는 답변이다. 이미 협상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측은 “베타 버전부터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최소 6개월 전부터는 머리를 맞댄다”고 밝혔다. 삼보컴퓨터측은 “보통 마이크로소프트 새 운영체제가 탑재된 신규 제품이 나오기까지 6개월에서 1년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CPU와 GPU, OS 업체 엔지니어들과 자사 엔지니어들간 기술 세미나와 제품 라인업 마련, 테스트를 모두 합쳐 걸리는 시간이 그 정도라는 얘기다.

그나마 삼보측은 티맥스쪽에서 테스트와 관련한 제안서를 접수시켰다고 확인은 해줬지만, 관련해서 적극 검토중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은 없었다

삼성전자측은 아직까지 티맥스소프트로부터 아무런 요청도 못 받았다고 했고, 한국HP는 테스트는 본사에서 진행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설령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HP의 PC에 탑재해서 판매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티맥스소프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XP’용 호환 제품을 만들고 있다. 티맥스소프트는 이 때문에 테스트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번 초기 버전이 자사의 바람과는 달리 시장의 반응을 못 얻더라도 이번 도전을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티맥스소프트의 운영체제 도전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운영체제는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달라진다. PC용 운영체제는 더욱 그 정도가 심하다. IT 업계에서는 상식과도 같은 얘기지만, 그동안 티맥스는 ‘우리가 하면 다 따라오게 돼 있다’, ‘그런 건 천천히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마나 위안이라면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회장의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19일 ‘긴급’ 간담회에서 보여준 박 회장의 태도는 1년 전 운영체제 시장 진출을 처음 선언할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너무도 자신만만했던, 누군가 회의적인 질문이라도 던지면 큰소리로 반박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겪어 본 박 회장의 모습을 생각하면 의외였다.

지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박 회장은 “제조업체나 칩, 그래픽 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나 ATI 등 전세계 그래픽 카드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업체와의 협력에 대해서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달라진 모습의 한 조각이다. 그는 스스로 “양치기 소년이 됐다”고도 했다. 큰 소리는 쳤는데, 결국 약속이 지연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 되고 말았다고 자인한 셈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박대연 회장이 말이다. 기자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기자들이 달라진 박대연 회장의 태도에 모두 의아해했을 정도다.

자신만만하던 모습이 사라져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말을 해야 할 정도로 티맥스소프트의 지난 모습은 그렇게 늘 불안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씻고 신뢰를 얻는 일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티맥스소프트도 이런 점을 잘 인지하고 있는 듯 했고, 이번 간담회에서 그 부분에 대해 대부분 인정했다. 시장과 소통 하기 위해 티맥스가 변화고 있고,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국산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에게 늘 바라는 점이었기에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나 방식으로는 그 진정성을 시장에 어필하기엔 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조금 더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출발선에 서기 전까지 이런 것들이 이뤄져야 한다. 7월7일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도안구

IT 분야 중 소통과 관련된 내용에 관심이 많다. 일방 소통에 익숙하다보니 요즘 시대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정말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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