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바이의 한낮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긴다. 뜨거운 거리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거지는 불쌍하기 그지 없는 존재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바이에서 구걸하는 거지들의 하루 수입이 26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힘들게 일하는 건설노동자의 한 달 수입과 맞먹는 액수다.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일간지 에미레이츠 투데이는 UAE에서 구걸하는 거지들이 일반인들보다 몇배나 많이 벌어들인다면서 거지들에게 우롱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두바이 시청에서 근무하는 오베이드 살렘 알 샴시는 "우리는 거지들이 하루에 1000 디르함(약 26만원)을 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이것을 모르고 일주일이면 자신들의 한 달 수입을 벌어들이는 '부자' 거지들을 동정하면서 자선을 배풀고 있다"고 말했다. 구걸이 금지돼 있는 UAE에서는 시청을 비롯해 경찰, 이민당국이 거지들이 영업활동(?)을 단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나라에서 매년 수백여 명의 거지들이 UAE로 '단기 구걸여행'을 감행한다. 특히 자선과 금욕이 강조되는 매년 9월 라마단 기간 직전에는 '라마단 특수'를 노린 국제거지들의 더 많이 몰려온다고 한다. 알 샴시는 거리에서 거지들을 단속할 때마다 사람들로부터 "불쌍한 사람들을 왜 체포하냐"는 항의를 받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항의는 사람들이 거지들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은 거지들이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다만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거지들이 도둑이나 강도로 변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하녀와 단 둘이 사는 나이 많은 과부가 거지에게 자선을 배풀다가 강도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번은 여자 거지를 체포하려 했을 때 '더 다가오면 아이를 다리 아래로 던져버리겠다'고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나중에 그 아이는 거지의 친자식이 아니라 다른 부모로부터 '임대'된 아이로 밝혀졌다고 한다. 국제거지들에 의한 폐해가 점점 심해지자 두바이 정부는 최근 단속활동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두바이 시 당국은 거지들이 발견되면 시청에 신고해 달라면서 핫라인 전화까지 개설했다. 또 거지들에게 자선을 배풀고 싶은 사람들은 최종 수혜자가 누구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서 도와줄 것을 당부했다. 아부다비 정부도 "현재 거지들에 대한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거지들의 수가 특히 많아지는 라마단과 '이드' 축제 기간에는 사복경찰까지 동원해 단속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바이=김병철 특파원 bckim@akn.co.kr <ⓒ '오피니언 리더의 on-off 통합신문' 아시아경제(www.akn.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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